[퍼온글]건강을 해치는 담배 그래도 파시겠습니까?

“담배, 그래도 파시겠습니까?" 

(원문 : http://news.media.daum.net/society/others/200711/10/chosun/v18802918.html?_RIGHT_COMM=R3)

전세계적으로 13억 명의 사람들이 흡연을 하고 있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1300만명의 국민들이 흡연을 하고 있었다. 전세계 흡연자의 1%가 우리나라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500만 명이 흡연 관련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하므로, 이 가운데 1%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사람 5만명이 매년 흡연 관련 질병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즉, 하루에 137명 정도가 흡연관련 질병으로 죽는 셈이다. 이러한 수치는 한국전 때 매일 국군 전사자 120여명과 비슷한 수이며, 198명의 생명을 앗아간 대구 지하철 참사가 2일에 한 번씩 반복되고, 502명의 생명을 앗아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4일마다 한 번씩 반복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매년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망자 6천~7천명의 7배가 넘는 숫자다.

담 배연기 속에 들어있는 4000여종의 화학물질 중에는 청산가스, 비소, 페놀 등 수많은 독극물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30갑 흡연 시 나오는 사형 가스인 청산가스의 양은 몸무게 70kg인 사람이 한 번에 먹으면 사망할 수 있는 치사량이다.

담배연기 속에 들어 있는 발암물질만 해도 현재까지 69종이 밝혀졌다. 이러한 발암물질이 희석되지도 않고 그대로 농축된 채로 담배연기를 통해 들어와 혈액 속으로 흡수되어 전신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폐암뿐 아니고 여러 종류의 암을 생기게 한다. 암사망자 3명 중 1명이 흡연 때문이다.
한번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 자꾸 담배를 피우게 되는데 이는 바로 니코틴에 중독이 되기 때문이다. 니코틴은 대마초 성분보다 중독성이 강하고 아편 정도의 중독성이 있는 마약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흡연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고 하는데, 아직 신체 발육이 진행 중인 청소년들의 흡연은 인체에 더 큰 피해를 주고 니코틴 중독도 더 심하다고 한다.

담배연기 속의 일산화탄소는 피 속의 헤모글로빈과 결합하는 힘이 산소에 비해 210배 강하다. 담배를 피우면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이 일산화탄소와 결합해버려 산소를 운반할 수 있는 헤모글로빈이 부족해져 마치 빈혈환자처럼 되며 산소공급을 위해 심장이 더 많이 뛰어야 하므로 심장에 큰 부담을 주게 된다.

수 도 파이프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혈관도 나이가 들면서 혈관 속이 조금씩 좁아지는데 담배를 피우면 젊은 나이에도 우리 몸 여러 군데의 혈관 속 벽이 담배의 독극물에 손상을 받아 피떡이 앉게 되고 결국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버리게 된다. 팔다리의 혈관이 막혀 손가락과 발가락 끝이 썩는 버거병에 걸리면 무척 아프고 염증이 생겨 손가락이나 발가락 또는 다리 자체를 잘라야 한다. 좁아진 혈관이 심장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라면 에어로빅 때보다도 2배의 힘이 필요한 섹스와 같은 과격한 운동시 심장이 견디지 못하고 심장마비가 올 수도 있다.

또한 니코틴은 혈관을 수축시켜 남성 성기의 혈류공급을 방해하기 때문에 흡연하는 30~40대 남성에서 발기부전이 2배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남성은 정자를 새로 만들 수 있는데 비해서 여성은 난자를 자기가 만드는 것이 아니고 어머니가 딸을 낳을 때 딸의 난소 속에 넣어준 난자를 평생 사용하게 된다. 한쪽 난소에 100만개씩 총 200만개의 난자를 딸에게 준다. 여성은 태어날 때 이미 난자를 가지고 태어나므로 임신 전 여성의 흡연도 난소의 난자에게 매우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임신부가 담배를 필 경우 자연 유산이 2배 증가하고 태아의 혈중산소 농도가 낮아 뇌 발달이 잘 안되어 정신지체아가 태어날 위험이 50%이상 증가하며, 선천성 기형이 2배 증가하게 된다. 최근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조사에 의하면 임신 초기에 임신한 줄 모르고 흡연한 산모가 4%이고, 임신한 줄 알면서도 흡연한 산모가 3%나 된다는 사실은 매우 놀랍다.

필자는 담배 제조 및 매매금지를 위하여 2001년 6월 20일 국립암센터 개원식에서 김대중 대통령에게 향후 10년~15년 후에 담배를 판매 금지하자고 건의하였다. 담배를 제조 및 매매 금지하자고 하면, 사람들은 “다른 나라도 그렇게 하는 나라가 있느냐” 하고 묻는다.

필자는 국제적으로 여러 나라가 함께 제조 및 매매 금지를 하여야 국민들도 이해를 하겠다고 생각하고 2004년에는 ‘담배 없는 세상 연맹’(ToFWA)을 창설하였다. 2005년에는 아시아 9개 나라 국립암센터연맹(ANCCA)을 창설하고 9개 회원국 암센터 원장들이 함께 담배 제조 및 매매금지를 위하여 공동 노력하도록 합의했다. 같은 해 프랑스 리옹에 있는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에 22개국의 암센터 원장들이 모였을 때 담배 제조 및 매매금지를 위하여 공동노력하기로 하는 리옹 선언을 채택하도록 하였다.

담뱃갑에는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며, 특히 임신부와 청소년의 건강에 해롭습니다”라고 쓰여있다. 한 가지 질병의 원인이 되는 물질이 검출이 되어도 문제를 삼으면서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며” 라고 쓰고 판매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1989년부터 담배가 해롭다는 경고 문구를 담뱃갑에 표시하였다고 1989년 이후의 흡연에 의한 질병은 담배 소송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흡연자들의 눈에 잘 띄지 않게 조그만 글씨로 구석에 표시된 경고 문구가 이제는 담배 회사를 보호해 주는 담배제조회사 보호 문구가 되어 버렸다.

요즈음 우리나라 담뱃갑에는 흡연 경고 문구로 “건강을 해치는 담배 그래도 피우시겠습니까?”라고 적혀 있다. 담배를 만들어 팔아놓고 피우지 말라는 것이다. 필자는 국회와 정부에 묻고 싶다. “건강을 해치는 담배 그래도 파시겠습니까?”

[박재갑 서울의대 교수·국립암센터 초대 및 2대 원장]